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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코로나19 격파하는 대학생들, “대학문화의 지속가능은 결국 우리가”

작성자
한국대학사회봉사협의회
작성일
21-08-12
조회수
647

 

 

불확실한 미래와 개인주의에 사라지는 대학문화
환경을 돌파하는 도전정신 필요해

 

 

대학가에 코로나19라는 도둑이 들었다. 대학생활을 빼앗겼다는 하소연으로 시끄러울 것 같지만 대체로 조용하다. 도둑이 피해자를 집에 가뒀기 때문이다. 그런데 학교에 나와 ‘도둑이야!’를 외치는 대학생들이 있다. 바로 ‘광진구 점령전’을 기획한 세종대학교 동아리연합회와 건국대학교 동아리연합회의 TF팀 학생 9명이 그 주인공이다.

 

‘광진구 점령전’은 세종대와 건국대가 광진구를 두고 경쟁을 벌이는 이색대항전이다. 두 대학 TF팀은 지난달 12일부터 25일까지 시즌1 행사를 진행했다. e스포츠 경기를 시작으로 프로그래밍 경기와 힙합디스전 등이 진행됐다. 힙합디스전 영상은 유튜브 조회 수 3만 회를 훌쩍 넘기며 인기를 끌었다.

 

학생들은 도둑맞은 ‘대학문화’를 되찾아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야기를 더 들어보기 위해 4일 세종대 학생회관을 찾았다. TF팀의 김동현 세종대 동아리연합회 부회장과 신준용 건국대 동아리연합회 회장, 이하은 세종대 동아리연합회 기획국장을 만날 수 있었다.

 

 

Q. ‘광진구 점령전’이라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왔나?

 

■ 이하은 세종대 동아리연합회 기획국장(이하 이하은) = “연초에 동아리연합회가 구성되면서부터 아이디어가 있었다. 동대문구에서 경희대학교와 서울시립대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가 함께 개최하는 ‘삼동제(트로이카)’나 고려대학교와 연세대학교가 경합을 펼치는 ‘고연전’처럼 여러 학교가 모이는 행사를 만들어보자는 의견이 있었다. 가깝게 붙어있는 세종대와 건국대가 함께 축제를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가 지금의 모습이 됐다.”

 

 

Q. 코로나19 팬데믹에 다른 대학과 연합해 행사를 만든다는 발상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광진구 점령전’을 만든 원동력이 뭐라고 생각하나?

 

■ 김동현 세종대 동아리연합회 부회장(이하 김동현) = “코로나19가 있기 전부터 대학가에 대학문화가 위축되는 경향이 있었다. 부원모집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동아리 활동도 많이 줄었다. 코로나19가 이걸 더 심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흐름을 끊기 위해서라도 동아리 활동을 활성화할 만한 행사나 축제가 필요했다.”

 

■ 이하은 = “코로나19라는 상황은 행사를 못하는 이유가 아니라 행사를 만들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코로나19 같은 일이 또 벌어지지 않을 거라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오히려 계속 벌어질 것이다. 누군가는 팬데믹 상황에서도 행사를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 신준용 건국대 동아리연합회 회장(이하 신준용) = “동아리가 살아남으려면 뭔가를 해야 한다.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마냥 손 놓고 기다릴 수는 없었다. 이미 1년이나 쉰 상황이기 때문에 뭔가 새로운 걸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됐다.”

 

 

Q. ‘대학문화’가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는데 ‘대학문화’를 뭐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 김동현 = “대학이라는 공동체에 모여서 함께한 ‘추억’이 대학문화라고 할 수 있다. 같이 뭔가 했던 기억이 공동체를 의미 있게 만든다. 고등학교까지는 입시에 치이고 졸업 후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여유가 없다. 대학은 주변 친구와 추억을 기록할 수 있는 마지막 페이지라고 생각한다. 대학에서 만드는 행사나 축제는 마지막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 신준용 = “대학을 다니면서 뭔가를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대학문화를 만들 수 있다. 대학은 성인으로서 처음 접하는 사회이다. 청소년기에 시도하는 것보다 더 많은 걸 해볼 수 있다. 대부분은 진로가 완벽히 정해진 것도 아니기 때문에 무엇에 도전할지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함께 모여 즐겁게 노는 축제도 대학문화지만 새로움에 도전하고 시도하는 것도 대학문화라고 생각한다.”

 

 

Q. 추억과 도전이 대학문화의 중요한 키워드인 것 같다. 그럼 ‘대학문화’가 위축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 김동현 = “대학문화에 선뜻 나설 수 없는 이유는 미래의 불확실성이라고 생각한다. 동아리연합회의 부회장으로 일하고 있고 랩동아리와 토론동아리에서도 활동하고 있지만 지금 1학년 학생에게 학업보다 동아리 활동 같은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라고 말할 용기는 없다. 사회의 허들이 예전보다 훨씬 높아졌다. 또 다른 문제로는 개인주의가 있다. 점점 함께 뭔가를 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혼자서 정해둔 삶을 사는 것도 의미는 있겠지만 누군가와 공유할만한 추억을 만들기는 어렵다.”

 

■ 이하은 = “허들이 높아졌다는 데 깊이 공감한다. 선배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과거에 1학년 때는 놀아도 된다는 인식이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은 절대 통용될 수 없는 이야기다. 지금 1학년은 학교에 들어오자마자 수업을 어떻게 들을지 대외활동은 어떻게 할지를 계획하기 시작한다. 준비를 철저하게 해도 취업이 될지 장담할 수 없다는 인식이 많다.”

 

■ 신준용 = “코로나19에 익숙해지고 있는 분위기도 대학문화가 없어지는 데 일조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이뤄졌던 모든 활동이 다 멈췄지만 코로나19가 창궐하는 시기에 학교에 들어온 신입생은 어떤 활동이 멈춘 건지도 알 수가 없다. 집에 있는 게 익숙해진 학생이 행사나 축제가 꼭 필요한지 의문을 표하는 경우도 있다.”

 

 

Q. 코로나19도 대학문화가 사라지는 원인이 된다고 지적해줬다. 그럼 코로나19가 끝나면 추세가 좀 나아질까?

 

■ 김동현 =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코로나19로 대학가가 얼어붙은 이후에 모든 것이 멈추면서 대학문화도 큰 타격을 입었다. 후배에게 원래 하고 있던 문화를 인수인계해줘야 하지만 아무것도 안 하는 상황에서 과연 동아리 활동 등이 제대로 이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운영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행사 자체를 겪어본 경험이 있어야 나중에 다른 행사나 활동도 기획할 수 있다. 코로나19 상황에 입학한 학생은 경험해볼 기회가 없다. 성향에 따라서 기존의 행사나 활동을 포기하는 경우도 생길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이후에는 대학문화가 더 침체될 가능성이 높다.”

 

 

Q. 대학문화의 미래가 어둡다는 전망인데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 김동현 = “학내자치기구나 동아리연합회처럼 학생사회를 대표하는 대표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리더에게 상황을 돌파하고 새로운 시도를 늘려가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주변에서도 도움을 줄 수 있다. 광진구 점령전도 상황을 돌파해보겠다는 도전정신으로 시작했다.

도전을 계속하는 지속성도 중요하다. 학생자치기구는 모두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단체다. 물론 다음 기수에 인수인계하는 과정이 있지만 다음 사람에게 하겠다는 의지가 없으면 언젠가는 무너진다.”

 

■ 신준용 = “지금 운영하는 행사를 흥행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성공적인 선례가 생기면 따라오는 사람에게 자신감이 붙는다. 대학문화를 살린다는 목표를 생각하더라도 광진구 점령전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이하은 = “학생사회가 대학에 어떤 기대도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뭔가 일을 벌여주길 바라고 있다. 광진구 점령전도 동아리에 속한 학생만 하고 싶어서 만든 행사가 아니다. 다른 대학과 모여서 경쟁도 하고 교류할 수 있는 행사를 원하는 많은 재학생이 있기에 지금 같은 반응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라는 환경 속에 학생이 원하는 것이 숨겨져 있다면 학생자치기구는 그걸 찾아서 일을 만들고 도전해야 한다. 다른 대학에서도 상황을 이겨보겠다는 단체가 계속 나와서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대학본부에서도 학생들이 새롭게 만드는 학내문화를 나서서 지원할 필요가 있다.”

 

 

Q. 대학문화를 살리자는 취지에서 광진구 점령전을 시작했지만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동아리도 있었다고 들었다. 동아리들은 어떤 이유로 행사 참여에 반대했나?

 

■ 이하은 =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안전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외부활동이 있는 축제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았다. TF팀은 행사를 안전하게 진행하기 위해서 검사키트를 대량으로 구매하고 참여인원의 발열체크나 마스크 착용 등을 강제하는 여러 가지 규칙을 만들었다. 철저하게 준비했다고 생각했지만 동아리에서 혹시나 하는 생각에 참여를 망설이는 경우가 많았다. 참여하고 싶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외부활동을 했다는 비판이 두려워 참여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었다.”

 

■ 김동현 = “동아리 회장의 학번이 점차 높아지는 것도 행사 참여를 막는 원인이 된다. 동아리 활동을 하는 사람이 줄면서 동아리 회장이 되는 학번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다음 회장을 맡을 후배가 없기 때문이다. 취업준비에 전념해야 하는 3~4학년이 회장인 경우 축제 준비 하나가 큰 부담이 된다. 위에 선배가 없어서 신입생이 회장을 맡거나 비상대책위원회로 운영되는 동아리도 있다. 회장단이 제대로 구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축제 참여를 결정하기는 어렵다.”

 

■ 신준용 = “세종대와 건국대의 동아리가 서로 맞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같은 분야를 다루는 동아리도 지향점은 크게 다를 수가 있다. 서로 추구하는 방향이 맞지 않으면 경쟁이 어렵다. 서로 시간을 맞출 수 없는 경우도 많다.”

 

 

Q. 동아리 섭외 말고도 어려운 점은 없었나?

 

■ 신준용 = “소통이 어려웠다. 행사에 참여하는 두 대학의 동아리와 TF팀이 의견을 주고받아야 하는데 소통할 수 있는 수단이 카톡과 전화뿐이었다. 만나서 대화를 할 수 없어 문제가 생기면 해결이 쉽지 않았다. 광진구 점령전은 이전에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행사였기 때문에 예산 문제 등 전혀 예상하지 못한 문제도 많이 생겼다. 그때마다 시간이 많이 들었다.”

 

■ 김동현 = “실시간 중계를 준비하는 게 쉽지 않았다. e스포츠 행사 준비를 맡았는데 실시간 방송을 다뤄본 사람이 없어서 행사 직전까지 긴장의 연속이었다. 해설로 섭외한 분이 오지 않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각 학교 동아리에서 해설자를 구해서 겨우 메꿀 수 있었다.”

 

■ 이하은 = “정부의 거리두기 단계나 일별 코로나19 확진자 수에 따라서 행사 일정을 모두 조정하는 것도 골치 아팠다. 행사 진행을 하다가 변동사항이 생길 때마다 전화를 수십 통씩 했다. 지금은 회장님이라는 단어가 입에 붙어버렸다.”

 

 

Q. 광진구 점령전 시즌1이 끝났다. 주변의 반응은 어떤가?

 

■ 신준용 = ‘에브리타임’ 등 학내 커뮤니티에서 좋은 반응이 많았다. 게시판에 올렸던 행사 진행 상황이 핫게시물이 되기도 했다. 광진구 점령전 같은 행사를 계속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많았다.

 

■ 김동현 = 세종대 동아리연합회에서는 매월 동아리 활동에 대한 만족도 조사를 진행한다. 동아리에서 올린 만족도를 보면 지난달에 진행한 광진구 점령전에 대해서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 많다.

 

 

Q. 광진구 점령전 시즌1은 온라인 행사가 대부분이었다. 앞으로 다른 대학에서도 온라인 행사가 많아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온라인 행사의 장단점은 무엇일까?

 

■ 김동현 = “현재 대학의 상황에서 온라인 행사만으로 학내 행사를 진행하는 건 부정적이다. 온라인 행사에서는 참여가 제한된다. 무대에서 관객과 소통하며 퍼포먼스를 하는 공연 분야의 현장감이나 응원을 받으며 뛰는 체육 분야의 박진감은 온라인 행사로는 만들기 어렵다. 오프라인 행사가 주가 되고 온라인 행사는 필요한 부분에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다.”

 

■ 신준용 = “온라인 행사는 운영이 어렵다. 특히 홍보가 쉽지 않다. 이전에 있었던 학내 행사는 학생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포스터를 붙이는 방식으로 홍보를 했다. 주최하는 쪽에서 관객이 어디에 모여있는지 금방 알 수가 있었다. 온라인에서는 관객이 어디 있는지 알기 어렵다. SNS처럼 정해진 창구에 홍보를 하는 수밖에 없다. 광진구 점령전의 경우에도 언제 했는지 몰랐다는 학생이 많았다. 보완이 필요하다.”

 

■ 이하은 = “둘의 말에 동감하는 부분도 있지만 온라인 행사에서만 나타나는 소통도 있다고 생각한다. 온라인에서 영상으로 공연을 접하면 공연을 본 소감을 바로 댓글로 달아서 표현할 수 있다. 많은 이가 공감하는 댓글에는 다른 반응이 따라붙는다. 온라인 행사도 독립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Q. 광진구 점령전이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는 것 같다. 다른 대학에서도 코로나19를 뚫고 새로운 시도를 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 신준용 = “새로운 연합 행사를 구성하고 전혀 모르는 단체끼리 뭉치는 게 쉽지는 않다. 소통의 문제가 끊임없이 괴롭힐 것이다. 하나씩 차근차근 문제를 풀어나가야 행사를 성공시킬 수 있다.”

 

■ 김동현 = “세종대 동아리연합회의 회훈은 ‘대관소찰(大觀小察)’이다. ‘크게 보고 세밀하게 살핀다’는 뜻인데 지금의 상황에서는 크게 본다는 데 방점을 찍고 싶다. 넓게 살펴보면 주변에서 뭘 원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행사의 세밀한 과정을 만드는 건 다음 문제다.

어쨌든 해보라는 말도 덧붙이고 싶다. 처음에 새로운 걸 하려고 하면 반대하는 사람이 나오기 마련이다. 광진구 점령전도 처음에는 많은 반대를 겪으면서 시작했다. 우리의 시도가 새로운 시도의 발판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출처 : 한국대학신문(https://news.unn.net/news/articleView.html?idxno=513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