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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선, 2002. 지역사회 요구에 부합되는 사회봉사 프로그램 개발

작성자
대사협
작성일
11-01-07
조회수
4,202

::: 지역사회 요구에 부합되는 사회봉사 프로그램 개발을 바라며 … :::
  popup_icon1.gif 김동선 (성균관대 교육조교)
 

1990년대 들어 대학에서 사회봉사를 정식 교과목으로 개설하여 가르치기 시작한 이후, 대학에서의 사회봉사에 대한 관심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물론 선진국의 체계화되어 있는 대학의 사회봉사활동 프로그램에 비하면 아직 미흡한 부분이 많으나, 불과 10여 년 만에 갖추어진 가시화된 제도들이 빠르게 확산되어 온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것은 대학이 연구와 교육의 사회 환원이라는 역할과 책무를 다하는 데 있어서 사회봉사를 받아들여 그 기능의 변화를 가져온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과연 그 변화가 얼마만큼의 질적인 변화와 성장을 가져왔는지는 의문이 따른다.


적어도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고, 짧게나마 현장에서 근무를 해 온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사회봉사를 통해 전인교육을 실현하고, 그것으로 지역사회의 핵심 기관으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하여 그 위상을 높이고자 하는 대학에 약간의 아쉬움을 갖게 된다.


대학이 사회 공헌이라는 역할을 수행함에 있어 그 초석이 되어야 할 것이 바로 그가 속한 지역사회이다. 지역사회의 문제점과 주민의 욕구를 파악하여 이를 개선하는 것에 대학의 충분한 지적, 인적 자원을 활용한다면, 그 대학의 입지와 신뢰는 한층 높아질 것이며, 지역사회의 주요 기관으로써 당연한 역할일 것이다. 전국에 걸쳐 대학에서 운영하는 재단법인, 또는 학교법인의 지역사회 복지관들이 있지만, 이러한 기관 운영비의 대부분은 정부의 보조금이나 후원금으로 충당하고, 그 일부만 법인 전입금으로 운영하는 것이므로 차치해 두고, 대학의 봉사활동, 즉 무한한 학생들의 고급 자원을 활용한 지역사회 봉사활동이 그 질적인 효과에 얼마만큼의 노력을 쏟고 있는지 묻고 싶다. 몇몇 대학에서는 해외 봉사, 캠페인, 자원봉사 축제 등의 연례 행사를 추진하고, 봉사 동아리의 재정 지원을 통해 지역사회 봉사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프로그램들을 외형적으로만 보면, 먼저 주최 학교의 명칭부터 큼지막하게 드러나는 행사성 프로그램이거나, 실제를 들여다봐도 담당 직원이나 학내 사회봉사 센터의 실적을 높이고자 고안된 것으로 의심되는 프로그램들이 많다.


물론 이와는 무관하게 여러 교수들과 관계자들의 노력에 의해 개발되어 훌륭히 진행되고 있는 프로그램이 있으며, 이와 비교해 그 문제점이 더욱 돋보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는 지역사회에 환원해야 할 대학의 자원들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며, 개선해야 할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앞서 잠깐 언급한 동아리 재정 지원이 몇몇 봉사 동아리의 재정 지원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학내 일반 동아리 특성과 전공을 살려서 지역 사회의 욕구에 합당한 봉사활동을 유도하고, 지속적으로 재정을 보조함으로써 재정의 쓰임과 활동 내용에 관해 전문적인 수퍼비전을 제공하며, 봉사활동의 리더를 양육하는 데까지 힘을 쏟는다면, 대학은 지역사회를 기초로 한 사회 공헌의 책무를 일부 감당해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현재 사회봉사를 정식 교과목으로 개설하거나 졸업 요건으로 채택하고 있는 대학들을 살펴보면, 많은 대학의 학생들이 내실 없는 봉사활동으로 스스로의 귀중한 경험과 시간들을 낭비하고 있다. 단 회기, 또는 단 기간의 활동으로 시간 때우기식의 봉사활동을 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얼마 전 개인적인 이유로 서울 지역의 여러 복지관을 방문하여 자원봉사 담당 직원들과 면담할 기회가 있었다. 주된 관심사는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이 과연 어떠한 형태의 봉사활동을 하며, 그들이 과연 자원봉사의 특성에 하나인 자발성을 발휘하여 활동을 하는가였는데, 담당 직원들은 자원봉사자들의 자발성은 극히 드물며 대부분의 학생들이 학교에서 방학을 이용하여 20`~`30시간을 채우기 위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그 예로 기관에서는 일 년 또는 상, 하반기로 나누어 계획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반해, 학교측에서는 방학중에 20`~`30명의 인원이 활동할 수 있는 봉사활동거리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기간에는 중·고생 봉사자도 넘쳐나는 실정이어서, 봉사활동의 참의미를 심어 줄 수 있는, 그리고 대학생이라는 고급의 자원봉사자에게 적합한 봉사활동을 제공하기 어려우며, 개강과 함께 발생하는 공백을 메우기 위한 기관측의 어려움은 더욱 커지게 된다. 그래서 어떠한 기관에서는 역으로 방학 중에 소모시킬 자원봉사자들에 맞추어 프로그램을 집중하여 계획하기도 한다고 한다.


물론 이 기간에 학생들이 단체로 봉사활동을 수행하게 되면 봉사활동을 담당하는 대학 직원의 업무와 일괄적인 평가를 내리는 것은 수월해질 수 있겠으나, 이렇게 지역사회의 욕구를 적절히 파악하지 못하고 손쉬운 행정을 위한 활동이 계속된다면, 학생들로 하여금 지속적인 봉사활동을 유도하고 고급 자원봉사자를 육성하고자 마련된 제도의 본질이 흔들리게 될 것이다.


이러한 결과를 피하기 위해서는 먼저 대학에서 봉사활동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이 전문성을 갖추어야 한다. 2001년 조사된 자료(한국대학사회봉사협의회)에 의하면 학내 사회봉사 전담 기관을 운영하고 있는 대학이 회원 대학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이것도 독립된 공간을 확보한 대학은 3분의 1수준이다. 나머지는 여러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겸하여 업무를 수행하는 실정이며, 전담 기관의 직원 중에서도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거나 현장 경험이 있는 경우는 드물다. 따라서 담당 직원의 전문성을 기대하기란 매우 어렵다. 게다가 담당 직원도 한 두 해도 지나지 않아 인사이동으로 인해 교체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여, 담당 직원의 사회봉사 마인드에 따라 지역사회 연계도, 프로그램의 지속성도, 학내 사회봉사의 전면이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이것은 지역사회 연계를 매우 중요시하는 사회복지의 특성을 고려할 때, 매우 불리한 요소가 된다. 이러한 현실에서 좋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외국의 우수한 프로그램을 받아들여 학내에 적용하려 해도 그 한계에 부딪히게 됨은 자명한 결과이며, 이로 인해 학생들은 그나마 학기 중에 수행해야 할 소중한 봉사활동의 경험과 시간을 봉사활동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민망한(?), 사회봉사의 특성인 공익성이나 자발성이 배제된 인력 대체용 봉사활동에 허비하게 되는 것이다.



앞에서 열거한 것들은 지역사회에서 대학이 그 역할을 훌륭히 감당하기 위해 쏟아야 할 노력의 일부에 지나지 않지만, 그다지 무리한 요구나 실현 불가능한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사회봉사를 사회 환원의 지표로 삼고, 전문화·체계화하는 과정에서 인력의 전문성을 살리고, 학내 사회봉사의 조직과 운영, 그리고 프로그램의 내실화를 기해야 하는 것은 대학이 그 역할을 담당하는 데에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는 우리나라 사회복지의 현장의 요구이며, 세계적인 흐름이다. 우리는 복지 선진국에서 대학이 봉사 학습이라는 프로그램으로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는 우수한 사례를 접한다. 그러나 우리가 이것을 받아들이고 소화해 내기 위해서는 앞에서 언급한 것들이 먼저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대학이 지역사회를 기초로 한 사회 환원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여건들을 수정해 좋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선진화된 프로그램을 받아들임에 있어서 충분한 역량을 지닌다면, 대학 봉사활동의 본질을 살리고 이로 인해 대학의 위상도 한층 높아질 것이다.

 
logo_s1.gif 대학교육 제 119호 | 2002년 09ㆍ10월